상쾌하고 발랄한 쓴맛?
-엘살바도르 파카마라 커피 로스팅과 맛에 대한 인상

엘살바도르 파카마라 커피 만나 보기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 자기중심적인 태도를 비난하는 말입니다. 맛에 대한 일반적인 현상이기도 합니다. 대개 쓴맛은 '나쁜 맛'이고 기피하는 맛입니다. 그러나 아주 세련된 맛은 쓴 맛을 어떻게 포함시키느냐에 달려있기도 합니다. 씀바귀처럼 아예 쓴 맛에 먹는 음식도 있고 체코 최고의 맥주인 필스너우르켈의 쌉싸름한 맛은 한번 맛들이면 잊지 못하여 다른 맥주들이 시시하게 보입니다.

커피는 어떨까요? 커피는 원래 쓴 것이지요. 그런데 스페셜티 커피가 일반화되면서 커피의 신맛과 단맛이 성년식을 치른 공주님처럼 환호를 받으며 등장하고 커피 맛의 왕비였던 쓴맛은 저 뒷방으로 유폐되어 버렸습니다. 전에는 오성급 호텔 라운지의 특별한 커피에서나 만나던 새콤달큰한 커피를 웬만한 커피하우스에서도 쉽게 마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산미가 좋다"는 말이 커피 전문가가 아닌 음용자들 사이에서 회자됩니다. 새콤하고 달착지근하며 과일의 향과 맛이 감도는 커피를 일상적으로 마실 수 있게 된 것은  정말 반갑고 고마운 일입니다. 그러나 살짝 아쉽기도 합니다. 가끔 쓴맛이 그리워집니다. 가을이 오고 높은 하늘에서 서늘한 바람이 내려오면 더욱 그렇습니다.

반가운 쓴 커피 -"매콤 달콤 발랄하게 쌉사름한 커피"

모처럼 쓴맛이 좋은 커피를 만났습니다. 커피는 로스팅을 강하게 하면 쓴맛이 많아집니다. 그런데 로스팅을 강하게 하지 않아도 쓴맛이 주인공인 커피입니다. 쓴데 맛있습니다. 저는 이 커피에 대하여 "매콤 달콤 발랄하게 쌉싸름한 맛"이라고 적었습니다. 엘살바도르 파카마라입니다.

엘살바도르

중앙아메리카의 작은 나라입니다. 고산 지대이고 화산토가 많아서 커피 재배에 매우 좋은 자연 조건입니다. 국토의 12% 정도에서 커피를 재배하고 있다고 합니다. 생산되는 커피는 버본 Bourbon이 가장 많고 버본의 변종인 파카 Pacas, 그리고 파카와 마라고지페의 교배종인 파카마라 Pacamara입니다.

엘살바도르 파카마라 커피

파카마라(Pacamara)는 파카와 마라고지페의 교배종으로 엘살바도르가 원산지입니다. 널리 퍼져서 과테말라 파나마 등 중남미 여러나라에서 재배고 있습니다. 파카마라는 생두의 크기가 큽니다. 이번에 구한 파카마라는 큰 생두에 아주 작은 생두가 많이 섞여 있습니다. 생두는 대개 크기가 균일한 것이 커피 맛도 좋습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는 작은 생두를 골라내면 커피 맛이 가볍고 단순해져서 오히려 그대로 로스팅하는 것이 좋기도 합니다. 저도 이번 로스팅에서 작은 생두를 골라내지 않았습니다.

로스팅

작은 생두가 많이 섞여 있어서 열조절을 조금 차분하게 진행했습니다. 생두 투입 후에 온도가 너무 급하게 상승하지 않도록 주의하였습니다. 통상적으로 하던 '호퍼에서 생두 데우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투입 후 저온에 잠시 머물게 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할로겐 열도 과도하지 않게 하려고 주의하였습니다. 특히 로스팅 후반부의 열은 평소보다 더 세분하여 줄였습니다. 스트롱홀드S7의 열조절 과정입니다. [9,9] [4,2] [6,2] [9,6] [9,2] [9,0] [8,0] [7,0] [4,0] 2차 팝핑 직전에 열을 [4,0]으로 낮췄고 시작 후 13초 만에 배출하였습니다. 배출 온도는 195도. 로스팅 시간은 9분 57초입니다.

실제 원두는 사진처럼 검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로스팅 정도에 비하면 퍽 진한 편입니다. 뉴크롭을 로스팅하면 보통 그렇습니다.

이제 맛이 궁금합니다.

처음 만나는 생두를 로스팅하면 로스팅 직후에 맛을 봅니다. 그리고 날마다 맛을 보고 기록합니다. 기록은 아래와 같습니다. 로스팅 날짜는 9월 25일입니다.

9월 25일: 깨끗함. 매력적인 쓴맛. 상쾌함(매우 좋음)

9월 26일 오전: 깨끗하고 상쾌한 쓴맛. (매우 좋음!) 깨끗하고 단정한 뒷맛.

9월 26일 호후: 품격 높은 깨끗한 맛.

9월 27일 저녁: 매콤 달콤한 쌉싸름. 매우 매혹적! (매우 좋음!)

9월 29일: 상쾌. 달콤. 쌉싸름. 부드러움(매우 좋음!)

맛의 표현

사진을 모티터에 출력하다 보니 이런 사진이 있더군요.
엘살바도르 파카마라와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깨끗하고 단정하면서 살짝 상쾌하고 발랄하다는 느낌이 그렇습니다.

+알리는 말씀
1.몇 년 동안 로스팅을 즐겼습니다. 커피 일을 계속하고 싶어서 작은 공간에 원두커피 제조업 허가를 받아 로스팅하우스를 마련하고 인터넷 쇼핑몰 -카페 마니피캇- 을 열었습니다.

2.조금 비싸도 얼굴과 이력서가 있는 생두를 사용합니다. 주문 당일이나 익일에 로스팅하여 발송합니다. 제가 로스팅한 원두커피는 전화나 문자 메시지, 카톡으로도 주문하실 수 있습니다.

3.저의 로스팅 방향은 친구같은 커피입니다. 화려한 향기에 깜짝 놀라는 커피가 아니라 하루에 몇 번을 마셔도 편안한, 속 깊은 친구같은 커피를 만들어 함께 행복하고 싶습니다.

4.마더 데레사 수녀님을 존경합니다. 카페 마니피캇을 열심히 운영하여 ‘가난한 과부의 동전 두 닢’을 보태고 싶습니다.

5.페이스북이나 이메일로 의견 주시고 응원해 주시면 더 힘을 내겠습니다. 방문하시면 커피 한잔 나누면서 행복하겠습니다.

email: thes1516@naver.com
Cell Phone: 010 5057 47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