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큰 커피, 파카마라 만나기.

저는 매일 커피 생두를 만납니다. 

에티오피아에서 온 작고 동글동글한 녀석들, 

크고 둥글둥글한 녀석들은 콜롬비아나 케냐 탄자니아 출신, 

손님처럼 푸른 빛이 도는 뉴크롭, 장롱 속의 옷처럼 희거나 노르스름한 올드 크롭 등 

생김새와 얼굴빛이 제각각인데, 

거위알처럼 커다란 녀석들을 만나면 감탄부터 나오고, 

그 큰 덩치에 걸맞는 대우를 해 주고 싶어지는데, 

파카마라 종이 그렇습니다.

파카마라는 파카스와 마라고지페의 자연교배 종입니다. 

파카스는 1949년 엘살바도르의 파카스 농장에서 발견된 품종으로 버본의 자연변종이고, 

세상에서 가장 큰 커피인 마라고지페는 티피카의 변종으로 1870년 브라질 바이아 주의 마라고지페 지방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콜롬비아 커피 중에서 스크린 사이즈 17 이상이면 수프리모로 분류하는데 

마라고지페는 스크린 사이즈가 20~22에 달하니 정말 코끼리처럼 거대합니다.

나무가 작고 뿌리가 깊어 바람과 가뭄에 강한 파카스와 

크고 미관이 좋으나 향미가 덤덤하고 생산성이 떨어지는 마라고지페를 

1958년에 엘살바도르 커피 연구소에서 인공 교배로 탄생한 품종이 파카마라 커피입니다. 

마라고지페처럼 크고 멋진 외관에 단맛이 많고 꿀향이 나는 파카마라종이 탄생한 것이죠.

니카라과 파카마라 내추럴 커피 로스팅

로스팅 날짜: 2020. 6. 26

생두: 니카라과 파카마라 로조 내추럴

로스팅 머신: 스트롱홀드S7

로스팅 주안점: 좋은 산미와 단맛을 많이 내는 것을 목표로함. 

재배 고도는 높으나 커피콩이 매우 커서 밀도는 높지 않고 열이 빠르게 들어가는 생두이므로 

로스팅 초반을 너무 길지 않게 할 것. 

미디엄 로스트가 목표이므로 1차 크랙 후반부에 열을 크게 낮출 것.

투입 온도: 드럼 내부 171도, 축열 165도

초반 열 조절: 약불(5,1) (6,2)로 진행 3분 시점에서 (9,5)로 높임.

1차 크랙: 7분 52초/174도

로스팅 후반 열 조절: 1차 크랙 정점(180도/8분 33초)에서 열 크게 낮춤(5,3)

로스팅 시간: 8분 52초

배출 온도: 184도

DTR=11.3%

파카마라를 로스팅할 때마다 느끼는 것은 

그 큰 생두가 참 빠르고 고르게 열이 전달되어 시시각각 색이 변하는 것이 참 순조롭고, 

로스팅한 커피 원두의 크기가 정말 커서 귀해 보이고 기대감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니카라과 파카마라 내추럴 원두커피의 맛보기

추출 방법: 지연식 핸드드립

드립퍼: 고노

원두: 25g

추출 원액: 40g

희석한 커피 양: 260ml

컵 노트

추출 원액: 아주 새콤하고 아주 달콤. 진한 베리 여운

희석한 커피: 사과 복숭아 산미, 벌꿀향.

아래 캡처 내용은 케네스 데이비스의 「커피리뷰」에 실린 니카라과 파카마라 내추럴 커피에 대한 향미 평가입니다.

(커피리뷰에 실린 니카라과 파카마라 내추럴 커피 향미 기록)

"복합적이고 톡 쏘는 주스, 장미류의 꽃향, 볶은 카카오 조각, 

설탕에 절인 레몬, 오디 향, 달고 부드럽고 발랄한 신맛, 

벨벳처럼 부드러운 식감, 향 가득한 여운"  



뒷말

커피는 로스팅 후 언제까지 마실 수 있을까요? 

냉동이나 냉장 보관이 아닐 경우, 

'커피는 로스팅한 날로부터 일주일쯤에 맛이 가장 좋고 

이주일이 지나면 향미가 떨어지고 

한달 후면 밋밋하고 매력 없는 커피가 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설명입니다. 

그런데 미디엄 로스트의 유효 기간은 훨씬 깁니다. 

오히려 한 달 이상 보관한 커피의 맛이 더 깨끗하고 좋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니카라과 파카마라 미디엄 원두 역시 그랬습니다. 

6월 26일에 로스팅하여 고객께 배송하고 남은 원두를 위생 비닐에 담아서 상온에 보관한 것을 7월 21일에 추출했는데 

로스팅 일주일째보다 더 깨끗하고 향미도 유지되고 있었습니다. 

에티오피아 아리차 에미이 내추럴이나 시다모 구지 메시나 내추럴 미디엄 로스트도 

한 달 이상 된 원두의 맛이 아주 좋구요. 

산미를 좋아하여 미디엄 로스트 원두를 구입하셨다면

한 달 이상 보관하셔도 맛의 감소 없이 좋은 향미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